동전은 기억하지 않는다, 그래도 평균은 모인다
공정한 동전을 열 번 던졌더니 앞면이 세 번만 나왔다. 무언가 잘못된 걸까. 그렇지 않다. 적은 횟수에서는 이런 치우침이 흔하다. 던지는 횟수를 천 번 만 번으로 늘리면 앞면의 비율은 차츰 절반에 가까워진다. 이 수렴을 보장하는 명제가 큰 수의 법칙이다.
비율이 이론값으로 다가가는 이유
같은 조건의 시행을 독립적으로 거듭하면 그 평균은 본래의 기대값 쪽으로 모인다. 스위스의 베르누이 가문 출신 수학자 야코프 베르누이가 18세기 초에 이를 엄밀하게 증명했다. 그는 승패만 갈리는 게임을 끝없이 반복할 때 이긴 비율이 결국 승률에 임의로 가깝게 머문다는 사실을 보였다. 그가 남긴 이 결과는 오늘날 확률론의 주춧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여기서 평균이 어떤 값으로 모이는지를 정해주는 기준이 기댓값이다. 주사위 한 번의 눈은 1에서 6까지 제멋대로 나오지만 수없이 굴린 평균은 3.5라는 기댓값으로 빨려든다. 한 번의 시행은 들쭉날쭉해도 시행이 쌓일수록 평균은 중심을 찾는다.
보험과 카지노가 흔들림 없이 굴러가는 것도 이 법칙 덕분이다. 한 사람의 사고나 한 판의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수십만 건이 쌓이면 전체 비율은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개별 사건의 예측 불가능성과 집단 전체의 안정성이 모순 없이 함께 간다.
한 번의 확신과 긴 반복의 확신
이 법칙은 확률을 반복의 관점에서 보는 시선과 맞닿아 있다. 충분히 많은 시행에서 드러나는 안정된 비율로 확률을 정의하려는 빈도주의가 기대는 것이 바로 이 수렴이다. 한 번의 결과는 거의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지만 긴 반복은 또렷한 윤곽을 그린다. 그래서 확률을 검증하려는 사람은 시행을 충분히 반복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법칙이 약속하지 않는 것
흔한 오해를 짚어둘 필요가 있다. 앞면이 연달아 다섯 번 나왔다고 해서 다음에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동전은 지난 결과를 기억하지 않는다. 매 던짐의 확률은 여전히 절반이다. 큰 수의 법칙은 비율을 평균으로 끌고 가지만 그것은 신비한 힘이 빈자리를 메우기 때문이 아니다.
앞선 치우침을 되갚는 보정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시행이 늘어날수록 초반의 치우침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무게가 점점 옅어질 뿐이다. 짧은 구간에서 비율이 얼마나 출렁이는지는 분산으로 가늠할 수 있는데 시행이 늘면 이 출렁임의 폭이 줄어든다. 이 차이를 놓치면 다음 판에 운이 돌아올 것이라는 헛된 기대로 빠진다.
수렴은 빠르지 않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은 이 수렴이 느긋하다는 사실이다. 앞면 비율이 0.47과 0.53 사이에 들어올 확률을 95퍼센트로 만들려면 던지는 횟수가 천 번을 넘어야 한다. 몇십 번으로는 어림없다.
왜 천천히 모이는가
비율의 출렁임은 시행 수가 늘수록 줄지만 그 감소가 완만하다. 정밀도를 두 배로 높이려면 시행을 네 배로 늘려야 하는 식이다. 큰 수의 법칙은 비율이 어디로 가는지를 약속할 뿐 얼마나 빨리 도착하는지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방향은 확실하나 속도는 더디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이 법칙을 오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