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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확률로

하늘을 오래 지켜본 사람은 예언자가 된다. 신비한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늘이 약속을 지키기 때문이다. 동지는 매년 같은 날 가까이 돌아오고, 달은 같은 박자로 차고 기운다. 충분히 오래 기록한 사람은 다음에 무슨 일이 올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글은 그 오래된 예측의 능력이 어디서 빛나고 어디서 길을 잃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돌아오는 것과 돌아오지 않는 것

하늘의 사건에는 주기가 있다. 주기가 있다는 말은 과거가 미래를 알려준다는 뜻이다. 지난 백 번의 동지가 같은 자리였다면 다음 동지도 거기일 것이다. https://ancientskies.info/eclipse-prediction-saros-antikythera/에서 보듯, 고대 사람들은 일식조차도 되풀이되는 간격을 알아내 미리 맞힐 수 있었다. 충분한 기록과 인내만 있으면, 하늘은 거의 속이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에는 주기가 없는 일도 많다. 동전을 던질 때, 주사위를 굴릴 때, 잘 섞은 카드를 한 장 뽑을 때, 그 결과는 앞선 결과와 아무 관계가 없다. 동전은 자기가 방금 앞면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앞면이 연달아 다섯 번 나왔어도 여섯 번째에 앞면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절반이다. 잘 만들어진 룰렛 바퀴도, 공이 어느 칸에 떨어졌든 다음 회전에 그 기억을 가져가지 않는다. 이런 사건을 두고 무작위라고 한다. 무작위에는 기억이 없고, 따라서 돌아오는 주기도 없다.

패턴을 읽는 본능의 두 얼굴

사람의 머리는 패턴을 찾도록 만들어졌다. 풀숲의 무늬에서 맹수의 윤곽을 읽어내고, 하늘의 점들에서 별자리를 엮어내고, 계절의 되풀이에서 달력을 뽑아낸다. 이 능력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살아남았고, 돌을 세워 하늘을 기록했다. 규칙이 정말로 있는 곳에서 패턴을 읽는 일은 더없이 쓸모가 있다.

문제는 같은 본능이 규칙 없는 곳에서도 멈추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무작위한 결과의 행렬을 보면 사람은 거기서도 흐름과 추세와 차례를 만들어낸다. 앞면이 여러 번 나왔으니 이제 뒷면이 나올 차례라고 느끼는 것, 혹은 반대로 한쪽이 운을 타고 있으니 계속 그쪽일 거라고 느끼는 것, 둘 다 같은 착각이다. 흔히 도박사의 오류라고 부르는 이 함정은, 하늘을 읽던 바로 그 능력이 엉뚱한 곳에 쓰일 때 생긴다. 짧은 행렬에서 우리는 너무 쉽게 의미를 본다. 정작 무작위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한쪽으로 몰리고 또 뭉친다.

하늘은 돌아오기에 읽을 수 있고, 우연은 돌아오지 않기에 읽을 수 없다. 둘을 가르는 선을 놓치는 순간 예측은 미신이 된다.

별점에서 통계로

예측하려는 욕망은 늘 두 갈래로 흘렀다. 한쪽은 하늘의 배치에서 사람의 운명을 읽으려 한 점성술이었고, 다른 쪽은 사건이 일어나는 빈도를 세어 규칙을 찾으려 한 시도였다. 오랫동안 둘은 뒤섞여 있었다. 같은 천문학자가 별의 위치를 계산하면서 동시에 그 위치로 점을 치기도 했다.

갈림길은 사람들이 우연 자체를 수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찾아왔다. 주사위 노름의 승산을 따지던 질문에서 확률이라는 사고방식이 자라났고, 많은 사례를 모으면 개별 사건은 들쭉날쭉해도 전체에는 안정된 비율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운명을 점치던 자리를 빈도를 세는 통계가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행의 이야기는 https://ancientskies.info/astrology-to-statistics/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무작위를 설계할 때

무작위에 기억이 없다는 사실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실용적인 결론을 낳는다. 어떤 결과가 순수한 우연이라면, 과거의 흐름을 분석해 다음을 맞히려는 노력은 원리상 헛돈다. 패턴이 보인다 해도 그것은 우리 머리가 만들어낸 무늬일 뿐, 다음 결과에 대한 정보가 아니다. https://ancientskies.info/patterns-and-randomness/는 이 점을, 진짜 무작위와 그렇게 보이는 것의 차이를 통해 살핀다.

우연을 다루는 게임에는 기댓값이라는 개념이 깔려 있다. 한 번의 결과는 알 수 없어도, 같은 일을 아주 여러 번 되풀이했을 때 평균적으로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는 계산할 수 있다. 우연을 이용해 운영되는 게임은 대개 이 기댓값이 참가자가 아니라 게임을 여는 쪽에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흔히 하우스 엣지라 부르는 이 작은 기울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는 누구든 앞설 수 있어도 시행 횟수가 쌓일수록 결과는 설계된 쪽으로 수렴한다. 개별 참가자의 운과 무관하게, 길게 보면 우연의 산수는 운영하는 쪽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흔히 헷갈리는 두 가지를 갈라둘 필요가 있다. 큰 수의 법칙은 시행이 쌓일수록 전체 비율이 이론적인 값에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율에 관한 이야기이지, 다음 한 번을 보정해준다는 뜻이 아니다. 도박사의 오류는 바로 이 둘을 뒤섞을 때 생긴다. 비율이 결국 맞춰질 테니 다음 차례에 그 보정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비율이 맞춰지는 방식은 다르다. 빗나간 과거가 되돌려지는 것이 아니라, 시행이 너무 많아져 과거의 치우침이 그저 묻혀버리는 것이다.

이 점은 게임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주식의 짧은 등락에서 비결을 읽어내려 하거나, 연달아 일어난 우연에서 운명을 읽으려 할 때도 같은 착각이 작동한다. 무작위에 가까운 것일수록, 거기서 본 패턴은 대개 우리 안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하늘의 주기와 정확히 반대되는 성질이다. 하늘에서는 오래 지켜볼수록 규칙이 또렷해지고 예측이 정확해진다. 우연에서는 오래 지켜봐도 다음 한 번은 여전히 알 수 없으며, 길게 쌓이는 것은 오직 설계된 평균뿐이다. https://ancientskies.info/cycles-versus-chance/는 이 두 성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

기댓값, 하우스 엣지, 도박사의 오류 같은 말이 낯설다면 https://ancientskies.info/glossary/에 짧은 풀이를 적어두었다.

고대 사람들이 하늘에서 배운 것은 결국 겸손한 구분법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돌아오고 무엇이 돌아오지 않는지를 아는 것. 돌아오는 것은 믿고 기다리되, 돌아오지 않는 것에는 차례나 흐름 같은 약속을 함부로 걸지 않는 것. 그 오래된 분별이 오늘 우리가 확률을 대하는 가장 든든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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