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이라는 조건, 사건이 서로 모를 때

동전을 던져 앞면이 다섯 번 연속 나왔다. 다음 번에는 뒷면이 나올 차례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직감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전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다. 여섯 번째 던지기의 확률은 여전히 반반이다. 각각의 던지기가 서로 독립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독립이라는 개념이 확률에서 왜 그토록 중요하며, 우리의 직관이 어디에서 이 조건을 위반하는지를 살펴본다.
독립의 정의,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
확률론에서 두 사건이 독립이라 함은, 하나의 결과가 다른 하나의 확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동전 던지기에서 첫 번째 결과가 무엇이든 두 번째의 확률은 변하지 않는다. 주사위도 마찬가지다. 직전에 6이 나왔다고 해서 다음에 6이 나올 확률이 줄어들지 않는다. 각각의 시행은 자족적이며, 이전의 결과와 무관하다.
곱셈이 작동하는 조건
독립이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확률의 곱셈법칙 때문이다. 두 사건이 독립이면, 둘 다 일어날 확률은 각각의 확률을 곱한 것과 같다. 동전 두 번 연속 앞면의 확률은 2분의 1 곱하기 2분의 1, 즉 4분의 1이다. 이 단순한 곱셈은 독립이라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한다. 만약 두 사건이 독립이 아니라면, 즉 하나의 결과가 다른 하나에 영향을 준다면, 조건부 확률을 써야 한다.
독립처럼 보이지만 아닌 것들
일상에서는 독립과 비독립의 경계가 흐릿한 경우가 많다. 같은 도시에 사는 두 사람이 같은 날 감기에 걸리는 것은 독립인가. 겉보기에는 별개의 사건이지만, 같은 기온, 같은 바이러스 유행이라는 공통 원인이 있다면 독립이 아니다. 두 주식의 가격 변동도 개별적으로 보면 독립처럼 보이지만, 시장 전체의 분위기라는 공통 요인에 의해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박사의 오류, 독립을 잊는 순간
독립 사건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가 도박사의 오류다. 룰렛에서 검은색이 열 번 연속 나오면, 다음에는 빨간색이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느낌은 강렬하지만 틀렸다. 룰렛의 바퀴는 과거의 결과를 기억하지 않는다. 매번의 회전은 독립이며, 확률은 이전에 무엇이 나왔는지와 무관하게 동일하다.
균형의 환상
이 오류의 뿌리에는 우연에도 균형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긴 시행에서 비율이 수렴하는 것은 큰 수의 법칙에 의해 참이지만, 그것은 과거의 쏠림을 미래가 보상하기 때문이 아니다. 미래의 시행이 쏠림과 무관하게 계속되면서 과거의 쏠림이 전체 비율 속에서 희석되는 것이다. 균형은 되돌려지는 것이 아니라 묻히는 것이다.
1913년 몬테카를로의 밤
도박사의 오류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은 1913년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일어났다. 룰렛에서 검은색이 스물여섯 번 연속으로 나왔다. 도박사들은 열 번째쯤부터 빨간색에 점점 더 큰 돈을 걸었다. 균형이 회복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퀴는 그들의 믿음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밤에 잃어버린 돈의 총액은 정확히 기록되지 않았지만, 독립 사건의 의미를 체감하는 데는 이보다 좋은 사례가 없다.
하늘에서의 독립과 비독립
고대의 하늘 관측에서도 독립과 비독립의 구분은 핵심적이었다. 어제 맑은 날씨와 오늘 맑은 날씨는 독립이 아니다. 기상 조건은 연속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일식이 일어난 것과 내년에 일식이 일어나는 것은, 각각이 천체 역학에 의해 결정된 별개의 사건이다.
주기와 독립의 미묘한 관계
고대인이 발견한 하늘의 주기들은 사실 독립이 아닌 사건들의 체계다. 달의 위상이 오늘 상현이라면 약 7일 후 보름이 된다. 이 두 사건은 같은 궤도 운동의 연속이므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고대 천문학의 성취는 이런 비독립적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여 예측에 활용한 데 있다. 사로스 주기를 이용한 일식 예측이 대표적이다. 하나의 일식과 약 18년 후의 일식은 독립이 아니라, 같은 기하학적 조건의 반복이다.
우연과 필연의 식별
고대 관측자들이 마주한 근본적 과제는, 하늘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가운데 어떤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어떤 것이 우연한 동시 발생인지를 구분하는 것이었다. 혜성의 출현과 왕의 죽음은 독립인가, 아닌가. 현대의 눈으로 보면 독립이지만, 고대인에게 이 판단은 자명하지 않았다. 우연의 일치에서 인과를 읽어내려는 성향은 인간의 뿌리 깊은 특성이고, 그 성향을 극복하는 데에는 독립이라는 개념의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독립을 의심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정밀함
확률 문제를 풀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 사건들이 정말 독립인가 하는 질문이다. 독립이 아닌 것을 독립으로 가정하면 곱셈법칙이 틀린 답을 내놓고, 독립인 것을 비독립으로 가정하면 존재하지 않는 연결을 상상하게 된다. 이 질문을 건너뛰면 직관은 쉽게 오류에 빠진다.
기억 없는 것들의 정직함
동전과 주사위와 룰렛 바퀴는 기억이 없다. 그래서 정직하다. 매번의 결과가 이전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차갑지만 명확하다. 이 명확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연을 다루는 첫걸음이다. 기억 없는 것에 기억을 부여하려는 본능을 알아차리고 한 걸음 물러설 때, 확률은 비로소 직관이 아닌 논리 위에 서게 된다.
